Korean Institute of Information Technology
[ Article ]
The Journal of Korean Institute of Information Technology - Vol. 21, No. 3, pp.131-141
ISSN: 1598-8619 (Print) 2093-7571 (Online)
Print publication date 31 Mar 2023
Received 14 Feb 2023 Revised 20 Mar 2023 Accepted 23 Mar 2023
DOI: https://doi.org/10.14801/jkiit.2023.21.3.131

장영실의 자격루에 있어서 방목의 구조와 작동원리에 대한 새로운 가설

김종성*
*국립안동대학교 사범대학 전자공학교육과 대학원, Bio-ICT융합공학과 교수
Novel Hypotheses on the Structure of Bangmok in Jagyeongru, the Clepsydra Invented by Jang Young-sil in Joseon Dynasty
Kim Jongseong*

Correspondence to: Kim Jongseong Dept. of Bio-ICT Eng., Graduate School, Andong Nat’l Univ. Korea Tel.: +82-54-820-5650, Email: dreamcomtrue22@gmail.com

초록

세종대왕이 기획하고 장영실의 주도로 발명된 자격루는 조선시대 최고의 발명품임에도 불구하고 정확한 복원이 힘들 정도로 많은 부분이 베일에 쌓여 있다. 특히 방목은 자격루의 시간 측정을 담당하는 중요한 구성품임에도 아직도 정확한 구조를 모르고 있을 뿐만 아니라 방목 양쪽에 자유낙하하는 구슬을 받는 바구니가 달려 있는 비과학적인 구조가 당연한 듯 받아들여져 왔다. 이 논문에서는 보루각기의 기술내용을 근거로 방목의 구조 및 작동원리에 대한 새로운 가설 3가지를 제시하고 3D 모델과 시뮬레이션으로 이를 증명하였다. 기존에 알려진 것과는 달리 방목의 구리구슬은 방목 밖으로 낙하하는 것이 아니라 방목안에 형성된 특정한 공간을 통해 낙하후 정해진 통로를 따라 이동함을 밝혔다. 또 가로쇠의 형태와 길이를 분석하여 시진과 경점을 알리는 두 동판이 마주 보는 것이 아니라 비대칭적인 위치에 있음을 증명하였다. 이외에 측정에 사용된 후 방출된 구리 구슬은 방목 외부에서 채울 수 있음도 보였다.

Abstract

Jagyeongru, the clepsydra invented by collaboration of King Sejong and Jang Youngsil, is one of the most widely known inventions, which still require more scientific research to unveil many unknown secrets about its structure. Though Bangmok is the most important component regarding measuring time in Jagyeongru, its structure is still yet to be known. Many researchers have accepted the conventional theory that there are two baskets outside Bangmok to receive copper balls falling from the mechanical devices in Bangmok. In this paper, novel hypotheses have been proposed regarding the structure of Bangmok and validated by 3D model-based simulation. Results based on this hypothesis have shown that a copper ball would fall not outside but inside Bangmok in a controlled mode via predefined path as written in Borugakki, which has never been emerged before. It is clearly demonstrated that two copper plates inside Bangmok are located in asymmetrical positions as predicted by this hypothesis, which is contrary to the previous theory and that 37 released copper balls could be easily replaced into the original spots from outside.

Keywords:

Bangmok, Jagyeongru, Clepsydra, Jang Young-sil, hypotheses

Ⅰ. 서 론

자격루는 세종 16년(1434)에 장영실의 주도로 만든 물시계로 우리나라 최초의 디지털시계라고 부를 수 있을 만큼 당시로서는 첨단 기술이 복합적으로 적용된 장비라고 생각해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불세출의 천재 장영실이 만든 자격루는 불행하게도 오래전에 소실되어 정확한 원래의 모습은 알 길이 없지만, 다행히 세종실록의 「보루각기(報漏閣記)」[1]에 세종대왕이 자격루를 만들도록 한 이유와 자격루의 기본 구조 및 뛰어난 특성을 비교적 과학적으로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보루각기는 조선 초기의 뛰어난 과학자 중 한 사람인 김돈이 저술한 기록으로 자격루의 구조와 동작에 대해 아주 상세하게 기술하고 있다.

자격루는 일정하게 물을 공급하기 위한 장치와 시간 측정 장치 및 나무 인형들이 시간을 알리는 자동 시보장치 등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자격루가 시간의 변화를 수위 변화로 나타내는 물시계인 만큼 정확한 양의 물을 공급하는 일은 시계를 동작시키기 위한 기본 요건이다. 보루각기에서 자격루에서 물을 공급하는 장치를 파수호(播水壺: 물을 공급하는 병이란 뜻)라고 부르고 있으며 분명히 4개의 파수호가 있었다고 기록되어 있다. 그러나 현재 우리 학계는 자격루에서 일정한 양의 물을 공급하는 데는 3개의 파수호만 사용되었으며 나머지 한 개는 물이 흘러 넘침(Overflow)에 기안한 폐수를 처리하기 위한 것으로 추정하고[2]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근거는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 반면에 본 연구자는 파수호에서 하나의 수수호(受水壺: 물을 받는 병)로 연결되던 물길이 하루(24시간)가 지나면 자동으로 다른 수수호로 연결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4번째 수수호는 이와 연관이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으며 이에 대해서는 차후 다른 기회에 논하기로 한다.

이 연구의 주제인 시간 측정 장치는 물이 흘러들어오는 수수호와 수수호 안에 떠 있는 부전(浮箭: Floating ruler) 및 방목(方木)으로 구성되는 매우 정교한 시간 측정 장치이다.

수수호는 원기둥 형태의 동(銅) 재질의 물탱크로, 내부에는 파수호에서 일정하게 공급되는 물에 의해 수수호의 수위가 상승함에 따라 일정한 속도로 떠오르는 부전(물 위에 떠 있는 잣대라는 의미)이 들어있다. 부전은 그림 1(c)와 같이 중앙에 자(Ruler)가 끼워져 있어서 수위에 의해 시간을 알 수 있게 되어 있다. 시간측정부의 백미는 방목으로, 방목은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네모난 나무 즉 직육면체 형태의 나무상자를 의미한다. 그러나 사실은 정해진 시간이 되면 구리구슬을 한 개씩 방출하는 수십 개의 기계장치를 포함하는 대단히 복잡한 구조를 지닌 교한 시간 측정 장치이다.

Fig. 1.

Baskets are assumed to be attached to both sides of Bangmok (a) From restoration reports of Jagyeongru(1998)[2] (b) Photo of the restored model in Gogung museum(2021, taken by the author) (c) Korea Ministry of Science and ICT(2021)

자격루에 관한 기존 연구[3]에서 연구자의 가장 관심을 끈 내용은 그림 1과 같이 자격루와 관련한 모든 논문[3]-[6]에서 방목 안의 동판에 포함된 기계장치에서 방출된 구리구슬이 방목 밖으로 자유낙하 하는 것으로 간주하고 있으며 방목 양쪽에 낙하하는 구슬을 받기 위한 2개의 바구니가 부착된 형태로 묘사하고 있다는 점이다. 1998년(그림 1(a))의 용역보고서도 2021년 인사동에서 주전이 발굴된 후(그림 1(c))에도 이런 시각은 변함이 없음을 알 수 있다.

보루각기에 의하면 구리구슬이 방출되는 최대 높이는 10척 즉 2,000mm에 달하므로 자유낙하 시에 구슬이 수십 센티미터 이상 튀어 오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구슬이 닿는 바닥의 요철에 기인한 불확실한 구슬의 움직임도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시간을 측정하는 자격루에서 이런 불확실성을 허용하는 것은 정확도가 생명인 시계로서의 자격루의 신뢰도를 크게 저하할 수 있는 치명적인 요인이 아닐 수 없다. 그뿐만 아니라 기기의 불확실성과 사람에 기인한 오류를 바로잡기 위해 자격루 제작을 명했던 세종의 의도[1]에도 크게 어긋나는 것으로 보인다. 또 학계는 자격루 개발을 주도한 장영실이 12세기 세계 최고의 발명가인 알 자자리(Al Jazari)의 장치[7]를 참고했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는데 알 자자리의 장비에서 구슬을 뱉어내는 새가 나오기는 하지만 구슬의 이동은 대부분 일정한 통로를 통해 이루어짐을 볼 수 있다.

이상의 점들을 고려하여 본 연구자는 방목의 기계장치에서 낙하한 구슬은 반드시 일정한 공간을 통해서 떨어지는 이른바 제어된 자유낙하(Controlled free fall) 및 낙하 후에 구슬의 이동 역시 방목 내에 미리 형성된 통로를 따르도록 제작되었을 것이라는 가설을 세웠다.

자격루가 수없이 많은 실험과 시행착오 없이는 절대 만들어질 수 없고, 당시로서는 최첨단 물시계임을 고려했을 때 장영실 같은 천재가 자유낙하의 불확실성이 유발하게 될 기계의 오류를 예상하지 못했을 리가 없으며 이를 원천적으로 방지할 수 있는 대책을 세웠으리라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다. 특히 세종대왕이 자격루 제작을 지시한 동기가 기존 기계의 오류와 사람에 기인한 시보의 오류를 없애기 위함이었다는 보루각기의 기록을 보더라도 2m 높이에서 낙하하는 구리구슬을 바구니로 받는 따위의 비과학적 방법을 택했을 리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런 생각은 자격루에 관한 연구를 시작하게 된 가장 중요한 동기가 되었다.

방목의 구조에서 관심을 끈 두 번째 항목은 가로쇠(橫鐵: Horizontal iron bar)라 불리는 아주 단순하게 생긴 기구물이다. 보루각기에 의하면 가로쇠는 젓가락(箸) 형태의 물체로 길이는 4촌 5푼(90mm)이라고 명시되어 있다. 게다가 이 수치는 12시진용 동판의 폭 2촌(40mm)과 경점용 동판의 폭인 2촌 5푼(51mm)을 합한 값과 일치하기 때문에 자격루의 정확한 복원을 위해서는 왜 젓가락 형태의 구조가 필요했을까 하는 질문과 함께 4촌 5푼의 길이 역시 반드시 규명되어야 할 점이라고 생각한다.

방목의 기능과 관련해서 반드시 규명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또 하나의 의문점은 매일 시간 측정 후 방출되는 37개의 구슬을 어떤 방법으로 채웠을까 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보루각기에도 언급이 없고 거의 연구된 바도 없다.

본 연구자는 위에서 제기한 세 가지 의문점들이 방목의 구조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으며 이를 밝히기 위해 다음과 같은 가설을 수립하였다.


Ⅱ. 연구의 가설

가) 방목의 양쪽 동판에서 낙하하는 구리구슬은 반드시 일정한 통로로 낙하한 후 방목 내의 미리 정해진 통로를 따라 방목 외부로 이동하며 방목은 당연히 이런 움직임이 가능한 구조를 갖추고 있을 것이다. 당연히 방목 양쪽에 구슬을 받는 바구니 형태의 비과학적인 구조물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나) 가로쇠의 형태와 길이를 고려할 때 방목 내의 두 동판은 기존 연구자들이 가정했던 것처럼 마주 보는 형태가 아니라 비대칭적인 위치에 있을 것이다.

다) 방목에서는 24시간 동안 37개의 구슬이 차례로 낙하한다. 연속적인 시간 측정을 위해서는 다른 하나의 방목에서 측정이 완료되기 전에 구슬을 모두 원위치시켜야 하므로 방목은 구슬을 넣기에 적합한 구조로 만들어졌을 것이다.


III. 연구 방법 및 연구의 제한

장영실의 자격루에 있어서 방목의 구조에 대해 본 연구자가 제기한 의문점들과 이에 대한 새로운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연구를 진행하였다.

1) 보루각기의 기록과 이에 대한 기존 해석을 원천적으로 재검토하여 잘못 해석되었거나 일부 무시된 부분은 과학적 차원에서 새로운 해석을 시도하였다.

2) 방목과 관련한 보루각기 내용에 대한 과학적인 해석을 바탕으로 방목과 가로쇠 및 동판의 구슬 방출 기계의 구조를 3D로 모델링하고 시뮬레이션을 통해 이를 검증하였다. 이 논문에서 3D 모델링 및 시뮬레이션은 Dassault System의 Solidworks 2022 Educational version을 사용하여 실시하였다.

3) 1)과 2)의 결과를 바탕으로 자격루의 정밀 시간 측정 장비의 핵심 장치인 방목의 구조 및 작동원리에 대한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였다.

본 연구는 세종실록에 수록된 자격루에 대한 기록인 보루각기만을 근거로 하고 있으며 장영실이 제작을 주도한 원래 자격루에 대해서만 논의가 한정됨을 밝혀둔다.

3.1 방목과 관련한 보루각기의 기록

방목과 관련한 보루각기의 기술 내용은 다음과 같은 문장들로 표현되어 있다.

위 문장은 방목의 속 즉 중앙이 비어 있고, 면은 트여[虛] 있으며 수수호 위에 방목[네모진 나무]이 꽂혀있음을 가리키고 있다. 여기서 깊이(深四寸)는 방목이 수수호 안으로 들어가는 깊이를 가리키는 것으로 생각되며 이는 수수호 위에 방목을 꽂았다(壺上植方木)는 한문 표현과도 일치한다고 판단된다.

보루각기를 수백 번 읽으면서도 무심하게 지나쳤던 “空中有隔”이라는 문장 중 “隔”을 인지한 순간 연구자는 마치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듯한 큰 충격을 받았다. 보루각기에서 한자 “隔”은 방목에 대한 표현에서 한번, 쇠구슬 방출장치에서 두 번을 포함 네번 나타난다. 보루각기에 대한 기존 해석에서 쇠구슬 방출장치에서는 칸막이로, 방목의 경우에는 간격으로 해석하고 있지만 자격루의 구조를 고려할 때 모두 통로라고 보는 것이 맞을 듯하다(쇠구슬방출 장치의 경우 대롱 형상의 隔을 4개 만들었다 ~ 隔四如甬道狀)라고 명시되어 있으며 이에 대해서는 다른 논문에서 다룰 예정이다) 또 隔을 영어로 번역하면 gap이 되므로 역시 통로와 같은 의미로 볼 수 있다. 다시 말하면 “空中有隔”은 방목 안에 통로가 있음을 가리키며, 다음 문장인 去面入一寸許에서는 겉에서 1촌 즉 20mm라고 하는 정확한 위치까지 명시하고 있다. “방목 안에 (구슬)통로가 있다면 바구니는 없어야 한다”. 만약 그림 1과 같은 큰 바구니 2개가 방목에 정말 부착되어 있었다면 당대 최고의 과학자인 김돈이 보루각기에서 이에 관해 기술하지 않았을 리가 없을 것이다.

한편 속이 비고 면이 트여 있다(中空面虛)는 표현은 방목 안에 빈 공간이 있으며 외부에서 방목을 볼 때 안쪽이 보인다는 의미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외부에서 방목에 접근할 수 있음을 나타낼 수도 있다고 본다. 특히 면이 트인 구조를 택한 것은 외부에서 살대 눈금을 확인함과 동시에 방목에 필요한 작업을 하기 쉽게 만든 구조일 수도 있지 않을까? 방목의 기본적인 구조를 건드리지 않으면서도 방목에 외부 작업이 필요한 경우는 살대 눈금을 확인할 때와 구슬을 원위치시키는 작업이 전부일 것이다.

왼쪽에 12시진 동판을 세웠다는 표현은 광판을 등지고 방목을 바라보고 있음을 가리킨다. 광판은 한 쌍의 수수호상의 방목에서 흘러나가는 구슬이 쇠구슬 방출장치로 가기 위한 구슬 통로가 형성된 목판이다. 한편 이 문장에는 9개의 구멍에 모두 기계가 있다(九[丸]竅皆有機)는 의문의 표현이 나온다. 구멍은 12개인데 기계는 9개라고 되어 있다. 기존 해석에서는 九가 丸을 잘못 표기한 것으로 보고 괄호 안에 [丸] 을 표시하고 있지만, 세종실록을 직접 확인한 결과 분명히 九로 표현되어 있었다. 왕실의 공식 기록에 오류가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려워 9개의 기계만으로도 12시진을 알릴 수 있는지를 규명해 보려 했지만 밝힐 수 없었고 향후 다른 연구자들의 노력에 기대어보려 한다.

위 문장에 의하면 살대(부전에 달린 잣대) 끝에 젓가락 형상의 가로쇠가 달려있고 그 길이가 4촌 5푼임을 말하고 있다. 우연일 수도 있지만, 이 값은 동판 2개의 너비를 합한 길이(2촌+2촌 5푼)와 일치한다. 본 연구자는 가로쇠를 이렇게 길게 만든 데는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고 생각했고 이를 밝힐 수 있다면 장영실이 자격루를 만든 당시 자격루에서의 방목의 정확한 구조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았다.

가로쇠의 유일한 기능은 한 번에 하나씩 구슬 방출 기계를 격발(Trigger)시키는 것이며 만약 두 동판이 서로 마주 보고 있다면 이렇게 긴 가로쇠는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결국 이것은 두 동판이 서로 마주 보는 것이 아니라 대각선 위치에 있을 가능성을 나타내며, 이 경우에는 두 동판에 포함된 기계장치를 안정되게 격발시킬 수 있기 위해서는 가로쇠의 길이가 두 동판의 너비를 합한 길이(4촌 5푼)와 비슷해야만 한다.

한편 기능 면만 고려한다면 두 세트의 기계 장치들이 대각선상에 놓여 있다고 가정할 경우, 양쪽의 기계 장치들을 모두 동작시킬 수 있기 위해서는 형태로도 가능하다. 하지만 이보다는 H자 즉 보루각기가 명시하고 있는 젓가락과 같은 구조가 훨씬 안정성이 높으므로 이런 형태로 제작한 것으로 생각된다. 또 가로쇠의 경우 일 년 365일에 하루 37번 기계장치와의 상호작용이 발생하므로 구조적 안정성뿐만 아니라 어떻게 가로쇠가 흔들리지 않도록 고정하느냐도 대단히 중요한 문제였을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가로쇠에 관한 절에서 좀 더 상세하게 논하기로 한다.

하나의 수수호 위에 꽂혀있는 방목 안에는 동판 2개가 있으며 이 동판에는 37개의 구슬을 방출하기 위한 기계장치가 들어있다. 모든 구슬은 하루가 지나면 전부 방출되므로 나머지 수수호에 의해 시간 측정이 완료되는 24시간 후에 다시 사용할 수 있도록 채워 두어야 한다. 그러나 아쉽게도 구슬을 채우는 방법에 대해서는 보루각기에도 전혀 언급이 없으며 자격루와 관련된 기존 연구에서도 단 한번도 다루어진 적이 없다.

방목의 넓이는 6촌x6촌(123mm×123mm)에 불과하지만 깊이는 11.4척(2,331mm)이나 되고 안에 37개의 기계장치가 존재한다. 이렇게 복잡한 방목의 내부 구조를 고려할 때 긴 방목 안으로 어떤 도구를 삽입하여 구슬을 교체한다는 것은 지극히 비효율적이일 뿐만 아니라 비과학적이다. 따라서 구슬 교체는 반드시 방목 외부에서 작업이 가능했을 것으로 생각되며 방목의 구조에도 이 점이 반드시 반영되었을 것으로 추정하였다.

다음 절에서는 3D 모델링을 통해 이상에서 언급한 의문점들을 하나씩 확인해 볼 것이다.


Ⅳ. 연구결과 및 논의

4.1 3D 모델링을 기반으로 한 방목의 구조

4.1.1 방목의 내부 구조

장영실의 자격루에 있어서 본 연구자가 생각하는 방목의 내부 구조는 그림 2와 같다.

Fig. 2.

Structure of Bangmok (a) Top view (b) Jujeon inside Bangmok (c) Bangmok on Susuho

방목 내부에는 대각선 방향으로 비대칭적인 위치에 두 개의 동판이 존재한다. 즉 광판을 등지고 방목을 바라보았을 때 12시진용 동판은 왼편 위쪽에, 경점용 동판은 오른편 아래쪽에 위치하는 것이다(그림 2(b)). 두 개의 동판은 기존에 학자들이 생각한 것처럼 마주 보는 것이 아니라 대각선 방향에 있으며 가로쇠가 방목의 중앙에 위치하는 형태로 추정된다. (살대는 수수호의 부전에 꽂혀 있음) 그리고 각 동판의 바깥쪽에는 격벽을 세워 구리구슬이 임의 방향으로 튀어 오르는 것을 방지함과 동시에 구슬이 격벽이 형성하는 일정한 공간(隔)을 통해서만 낙하하고 방목 안으로 떨어진 구슬이 쇠 구슬 방출장치와 연결하는 광판으로 굴러갈 수 있는 통로를 만들었을 것으로 추정하였다(그림 2(a))의 녹색 부분 참조). 방목 자체는 그림 2(c))와 같이 수수호 위쪽에 꽂혀(植)있는 형태로 고정되어 있다고 생각하며 보루각기에 명시한 깊이 4촌(深四寸)이 수수호위에 홈을 만들어 방목을 고정한 깊이라고 보고 있다.

한편 구리구슬이 방목 바깥으로 흘러나가는 방향은 측면과 정면 모두 가능하며(그림 3 참조) 광판과의 연결 위치를 생각할 때 정면이 가능성이 더 클 것으로 생각되지만 어느 쪽이든 동작 자체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방목을 정면에서 바라보면 두 개의 동판은 그림 2(b)와 같이 배치되어 있다. 출구 방향에 무관하게 구슬이 쉽게 흘러갈 수 있도록 통로에는 약간의 기울기가 주어졌을 것으로 추정하였다.

Fig 3.

Structure of Bangmok(by direction of outlets) (a) Side outlets (b) Front outlets

그림 2의 모델에는 여전히 풀어야 할 문제가 남아 있다. 폭이 6촌(1촌:20.5mm)에 불과한 방목 안에 과연 37개의 기계장치를 포함하는 2개의 동판과 2개의 구리구슬 통로 및 살대에 고정된 가로쇠 등이 모두 수용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본 연구에서는 보루각기와의 비교를 위해 가능한 길이 단위를 세종 당시의 단위인 척, 촌, 푼을 사용하였음을 미리 밝힌다. 보루각기에서 구리구슬이 탄환 크기라 명시하고 있으므로 구슬의 크기는 8푼(약 16mm)으로, 구슬 통로는 통로를 만드는데 필요한 격벽의 폭을 포함하여 구슬 크기의 150%인 1촌 2푼(약 25mm)으로 가정하였다. 따라서 양쪽에 구슬 통로를 만드는 데는 2촌 4푼(약 50mm)이 필요하고 여기에 방목 자체의 두께 1촌 6푼(8푼×2, 약 33mm)을 고려하면 가로쇠가 들어갈 수 있는 두 개의 동판 사이 간격은 약 2촌(약 40mm) 정도가 남게 된다. 이 안에 양쪽 동판에서 돌출되는 격발장치 2개와 가로쇠가 모두 들어갈 수 있어야 한다. 단 가로쇠와 한쪽 동판 기계장치의 격발장치는 겹치는 부분이 있어야 하므로 실제로 필요한 길이는 40mm보다 짧아진다.

한편 가로쇠의 폭은 잣대의 폭인 1촌(약 20.5mm, 잣대 폭은 명시된 바가 없어 1촌으로 가정)과 거의 같고 여기에 황동(재질은 가정)으로 만든 가로쇠의 두께까지 포함하여 1촌 2푼 정도이므로 이로부터 동판 바깥으로 돌출되는 구리구슬 격발장치의 길이 및 구리를 방출하는 기계장치의 크기도 추정이 가능해진다. 가로쇠의 길이는 4촌 5푼이지만 실제 격발에 이바지한 부분은 시진 쪽은 최소 1촌 5푼, 폭이 넓은 경점 쪽도 2촌이면 충분할 것으로 보인다.

본 연구의 가설을 토대로 하여 방목 내부를 그림 2와 같이 3D로 모델링한 다음 과연 구리구슬이 예상대로 제어된 방식으로 낙하한 후에 일정한 경로를 따라 굴러가는지를 시뮬레이션을 통해 확인하였으며 그림 4는 그 결과를 나타낸 것이다. 그림에서 보는 바와 같이 기계장치에서 낙하한 구슬은 본 연구에서 세운 가설대로 격벽에 의해 정의되는 일정한 공간을 통해 낙하한 다음 미리 형성된 경로로 굴러 내려가는 것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Fig. 4.

Controlled freefall & migration of a copper ball via the predefined path

4.1.2 가로쇠의 형태

보루각기에 의하면 가로쇠는 길이가 4촌 5푼이며 젓가락 형상의 기구물로서 수수호속의 부전에 꽂혀있는 살대(잣대) 끝에 부착된다. 가로쇠의 유일한 기능은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오른쪽 혹은 왼쪽 동판에서 구리구슬을 방출하는 기계장치의 격발부를 밀어 올려서 정확한 시간에 구슬이 방출되도록 하는 것이다.

두 개의 동판 즉 포함된 기계장치의 동작 시기(12시진과 5경 5점)는 서로 배타적이어서 엄밀하게 말하면 한 번에 2개의 구슬이 방출되는 경우는 없어야 한다. 그러나 양쪽 동판이 마주 보고 있는 경우에는 왼쪽의 시진용과 오른쪽의 경점용 격발부의 위치가 매우 가까운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에 동시에 두 개의 구슬이 배출되는 최악의 경우도 발생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두 동판을 아래위로 대각선상에 배치함으로써 이런 문제도 원천적으로 해결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하면 가로쇠를 젓가락 형상으로 만든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닌 이런 모든 점을 충분히 고려한 장영실의 치밀한 연구의 결과물로 보인다.

한편 기능 면만 고려한다면 그림 5의 (b)와 같은 형상도 가능하겠지만 안정성 측면에서는 (a)의 젓가락(H자) 형상이 훨씬 뛰어날 것이다. 또 가로쇠는 하루 37회에 걸쳐 격발장치를 밀어 올리는 과정에서 빠지거나 삐뚤어질 가능성도 있으므로 안정적인 동작을 위해서는 가로쇠의 구조뿐만 아니라 가로쇠를 살대에 고정하는 방법 역시 대단히 중요한 요인임은 충분히 추측할 수 있다.

Fig. 5.

Shapes of the horizontal iron bar (a) Proposed shape (b) Function-oriented shape

본 연구자는 장영실이 수수호 속의 부전에 살대를 고정할 때 사용한 방법(부전에 살대가 들어갈 수 있는 일정 깊이의 홈을 만들고 그 홈에 살대를 끼웠음) 즉 가로쇠 중앙에 홈을 만들고 이 홈에 살대를 끼워 넣는 방법을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오늘날에도 우수한 디자인이 반복해서 사용되는 예는 쉽게 찾아볼 수 있으며 장영실의 자격루에서도 비슷한 디자인이 반복되는 사례를 자체 선행 연구에서 찾아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또 경점용 동판과 마찬가지로 살대도 밤의 길이가 변함에 따라 보름에 한 번씩 교체해야 하므로 그때마다 가로쇠를 갈아 끼우는 대신에 살대 하나당 가로쇠 하나를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4.2 구리구슬 방출장치의 구조

2021년 인사동에서 자격루 관련 유물이 출토되었다는 신문 기사[8]를 보고 본 연구자는 고궁박물관에서 전시된 출토 유물 중 구리구슬 방출용 기계장치로 보이는 기구물에 대한 사진 자료를 자체적으로 확보하여 대학원생과 함께 2021년 초에 이에 대한 3D 모델을 구현한 바 있으며 최근 보루각기를 토대로 방목의 구조를 밝히는 과정에서 출토 유물을 토대로 이 모델을 수정하였다. 최근 구현한 3D 모델은 다음과 같은 특징을 지니고 있다.

1) 기구물 내부에 적절한 기울기를 줌으로써 가로쇠에 의해 기계장치가 열리면 구슬이 무조건 밖으로 방출될 수밖에 없는 구조로 설계하였다.

2) 기계장치의 안쪽 직경이 구리구슬의 직경과 거의 같도록 설계하여 구슬은 안쪽에서 바깥쪽으로만 굴러갈 수 있고 반대 방향으로는 이동할 수 없다. 이런 구조는 구슬을 채울 때 구슬이 방목 안쪽으로 떨어지는 것도 원천적으로 방지해준다.

3) 기계장치 중 나뭇잎처럼 생긴 부분을 위로 들어 올리면 방목 바깥에서 숟가락 등의 간단한 기구를 사용해서 구리구슬을 채울 수 있는 구조로 설계하였다.

그림 6은 인사동에서 출토된 유물의 사진을 토대로 본 연구진에서 설계한 구리구슬 방출용 기계장치를 나타낸 것이다. 기계장치의 기본 사양은 구슬의 크기를 기준으로 하였으며 새 부리처럼 생긴 기구물의 아래쪽 격발부가 가로쇠에 의해 밀어 올려지면 구슬이 자동으로 굴러 내려가는 구조로 설계하였다. 한편 2021년 인사동에서 출토된 구슬 방출용 기계장치는 보루각기에 기술된 크기보다 거의 2배 이상[5]이어서 장영실의 자격루에 사용한 부품이 아니라 16세기 중종 때 복원된 자격루와 연관된 유물일 것으로 생각된다. 다만 그 기본적인 형태는 장영실의 자격루에 사용한 부품 형태를 그대로 사용하였을 개연성이 높아 자격루 연구의 참고 자료로서는 중요한 가치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Fig. 6.

Proposed 3D model for the copper-ball releasing device

그림 7은 인사동에서 출토된 유물의 사진을 토대로 본 연구에서 설계한 기계장치가 1) 가로쇠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목표로 하는 구슬 방출 기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는지 또 2) 격벽으로 방목 내에 형성한 낙하 통로가 제 역할을 하고 있는가를 시뮬레이션으로 확인한 결과이다.

Fig. 7.

Releasing process of a copper ball in Bangmok(clockwise from upper left)

그림에서 보는 바와 같이 가로쇠가 격발장치를 밀어 올리면 새 부리같이 생긴 아래쪽 기구부가 내려가면서 구슬이 밖으로 빠져나가고 이후 격벽이 형성하는 공간으로 낙하, 즉 제어된 방식으로 낙하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시뮬레이션 결과는 장영실이 만든 자격루의 방목에 관해 본 연구에서 제시한 가설이 성립함을 보여주고 있다.

보루각기에 의하면 자격루는 4개의 파수호에서 일정한 양의 물의 수수호에 지속해서 공급하고 수수호 내부의 물에 떠 있는 잣대인 부전이 물의 유입으로 점점 높아지면서 수위를 이용하여 시간을 측정하고, 특수한 장치를 활용한 나무 인형이 12시진과 경과 점을 알려주는 15세기 최고의 디지털 물시계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남문현[2]의 연구 이래 자격루에 관한 상당한 연구가 이루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격루와 관련한 연구에서 한 번도 제대로 논의된 적이 없는 문제가 있다. 바로 수수호의 방목에서 방출된 37개의 구슬을 어떻게 다시 채우는가 하는 것이다. 사실 이에 관한 연구는 전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는 구슬을 방출하는 기계장치에 대해서 추측만 가능했을 뿐 아무런 정보가 없었던 것이 주된 이유인 듯하다. 다행스럽게도 2021년 인사동에서 구슬 방출 기계장치 유물이 출토되면서 앞으로는 이와 관련한 연구도 좀 더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본 연구에서는 새로 제시한 방목의 내부 구조 및 구슬방출용 기계장치 모델을 설계하는 데 구슬을 채우는 방법에 대해서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것은 마치 반도체 회로를 설계할 때 미리 test point를 고려해야 하는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방출된 구슬을 회수하고, 다시 채우는 과정이 너무 복잡하고 힘들다면 자격루의 유일한 기능, 즉 하루 24시간 일 년 365일 변함없이 동작해야 하는 시계의 기능을 발휘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자체 연구 결과에 의하면 자격루는 대단히 효율적인 구리 및 쇠구슬 회수 장치를 갖추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구슬 회수 작업을 제외할 경우 자격루에서 수작업이 필요한 작업은 세 가지로 귀결된다. 첫째 대파수호의 수위를 항상 일정하게 유지하는 일, 둘째 회수한 구슬을 다시 채우는 작업, 마지막으로 측정이 완료된 수수호에 가득한 물을 비우는 작업이다. 기존 연구에서는 수수호의 물길을 돌리는 작업도 수작업으로 간주하고 있지만 본 연구자는 물길이 자동으로 전환될 수 있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논의는 일단 제외하였다.

본 연구에서는 방목 내부의 격벽 높이를 구리구슬이 방목 바닥에 충돌 후에 다시 튀어 오르는 최대 높이의 150% 정도로 가정했다. 자체 실험 결과 최대 높이인 10척(2,000mm)에서 구리구슬이 떨어질 때의 다시 튀어 오르는 높이가 500mm(동일한 높이에서 철구슬이 자유낙하시 약 200mm 정도 튀어 오름을 확인하고 이 높이의 두 배 이상의 값을 부여)로 가정할 때 이보다 더 긴 격벽을 설치하고 이 격벽에 작은 손잡이를 부착하면 격벽을 아래위로 움직일 수 있으므로 방목 외부에서 구슬을 채우는 작업이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즉 격벽을 원하는 위치로 움직인 다음 구슬 방출용 기계장치에서 나뭇잎처럼 생긴 부분을 그림 8과 같이 위로 들어 올리고 작은 숟가락이나 구슬을 삽입하기 위한 특수한 도구를 사용하면 구리구슬을 어렵지 않게 채울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Fig. 8.

Releasing process of a copper ball in Bangmok(clockwise from upper left)

특히 기계장치 안쪽 내경을 구슬의 직경과 거의 같게 하여 외부에서 억지로 힘을 가하지 않는 한 새로 투입된 구슬이 방목 안으로 떨어지는 것을 방지함과 동시에 기울기에 구슬이 의해 항상 출구 쪽에 머무르도록 하였다. 따라서 출구가 열리면 그림 7과 같이 구리구슬이 밖으로 쉽게 방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V. 결 론

이상의 연구 결과에서 본 연구에서 세운 세 가지 가설은 모두 구현이 가능한 것으로 밝혀졌고 따라서 장영실의 자격루에서도 방목은 이와 유사한 구조를 가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된다.

무엇보다도 보루각기의 내용 중 제대로 해석되지 않았던 공중유격(空中有隔)이란 문장을 해석하여 방목 안에 격벽이 만드는 구슬이 낙하하는 공간이 있으며 기계장치에서 방출된 구슬은 이 공간을 통해서만 낙하하고 미리 정해진 통로를 따라 이동할 수 있음을 증명하였다. 또 이를 통해 기존 자격루 모델의 문제시 되어온 구리구슬의 자유낙하에 기인한 불확실성을 제거할 수 있음을 3D 모델을 활용한 시뮬레이션을 통해 예증한 것은 큰 수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또 가로쇠의 형태와 길이를 근거로 장영실의 자격루에서 방목 안의 동판 2개가 마주 보는 것이 아니라 비대칭적인 위치에 있음을 규명한 것은 원래 방목의 구조를 밝히는 데 일대 전환점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자격루에 대한 그간의 논의에서 거의 배제됐던 방출된 구슬을 다시 채우는 작업이 새로 제시한 방목의 구조에서는 쉽게 가능함을 보인 것도 중요한 수확이라고 볼 수 있다.

자격루 관련 연구를 진행하면서 매우 의아했던 점은 자격루에 관한 대부분의 연구가 단 한 사람의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이다. 뿐만 아니라 기존 연구에 오류가 있는지도 거의 검토된 적이 없다는 점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이 논문이 조선의 시간을 정의하기 위해 세종대왕이 기획하고 장영실이 창조한 위대한 발명품인 자격루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부여하는 기회가 되기를 바라며 앞으로 자격루에 관한 다양한 연구 시도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본 연구자는 앞으로 지금까지의 연구 결과를 정리하여 보루각기에 근거한 세종과 장영실이 만든 자격루의 작동원리 및 구성품의 구조 등에 관한 논문을 발표할 예정이다. 향후 기회가 된다면 장영실의 자격루 원형을 복원하는 작업에도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기대해본다.

Acknowledgments

이 논문은 2022년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디지털 지역 인문 콘텐츠 개발 사업의 지원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이 논문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지원한 2022년 디지털 지역 인문 콘텐츠 개발 과제인 “자격루, 세종과 장영실이 정의한 조선의 시간”의 결과물의 일부임을 밝히는 바이다. 자격루 연구 과정에서 자료 수집과 초기의 3D 모델링을 담당했던 안동대학교 교육대학원의 오종학씨, 3D 모델링 수정 과정에서 많은 도움을 받은 안동대학교 대학원 Bio-ICT융합공학과 박사과정의 이종민씨와 강성모 씨에게도 심심한 감사의 뜻을 표하고 싶다.

References

  • D. Kim, "Borugakki, Sejongsillok", Vol. 55, 1434.
  • M. H. Nam, "Report for Restoration of Jagyeongnoo of Borugak", Nov. 1998.
  • M. H. Nam, "A Reconstruction of Night-Watch Time-Annunciating Systems for the King Sejong’s Striking Clepsydra", Trans. KIEE, Vol. 38, pp. 1022-1032, 1989.
  • J. H. Lee, S. K. Kim, and M. H. Nam, "Jagyeongnoo of Borugak(I) - The Time Measuring Vessels", Journal of Industrial Science and Technology, Vol. 31, pp. 67-102, 2006.
  • S. H. Kyung, "A Review about Studies on Jagyeongnu(自擊漏) in Modern and Contemporary Korea", The Korean Journal for the History of Science, Vol. 44, No. 3, pp. 647-675, 2022. [https://doi.org/10.36092/KJHS.2022.44.3.647]
  • Y. H. Yun, S. H. Kim, B. H. Mihn, and K. T. Oh, "A study on the jujeon of Automatic Clepsydra in early Joseon Dynasty", Publications of the Korean Astronomical Society, Vol. 36, No. 3, pp. 65-78, Dec. 2021. [https://doi.org/10.5303/PKAS.2021.36.3.065]
  • Media Desk, Al-Jazari – Master Engineer and Father of Robotics, https://muslimheritage.com/al-jazari-master-engineer-father-of-robotics, [accessed: Dec. 05, 2022]
  • https://www.yna.co.kr/view/AKR20210629023800005, [accessed: Jul. 05, 2021]
저자소개
김 종 성 (Kim Jongseong)

1980년 2월 : 경북대학교 전자공학과(공학사)

1982년 2월 : 영남대학교 전자공학과(공학석사)

1992년 5월 : 미국, Dept. of Electrical & Computer Eng., University of Rhode Island(공학박사)

1994년 3월 ~ 현재 : 안동대학교 전자공학교육과 교수

관심분야 : 3D 영상기반 교육훈련, 3D 모델링 기반의 융합문화콘텐츠, 메타버스 문화재 복원

Fig. 1.

Fig. 1.
Baskets are assumed to be attached to both sides of Bangmok (a) From restoration reports of Jagyeongru(1998)[2] (b) Photo of the restored model in Gogung museum(2021, taken by the author) (c) Korea Ministry of Science and ICT(2021)

Fig. 2.

Fig. 2.
Structure of Bangmok (a) Top view (b) Jujeon inside Bangmok (c) Bangmok on Susuho

Fig 3.

Fig 3.
Structure of Bangmok(by direction of outlets) (a) Side outlets (b) Front outlets

Fig. 4.

Fig. 4.
Controlled freefall & migration of a copper ball via the predefined path

Fig. 5.

Fig. 5.
Shapes of the horizontal iron bar (a) Proposed shape (b) Function-oriented shape

Fig. 6.

Fig. 6.
Proposed 3D model for the copper-ball releasing device

Fig. 7.

Fig. 7.
Releasing process of a copper ball in Bangmok(clockwise from upper left)

Fig. 8.

Fig. 8.
Releasing process of a copper ball in Bangmok(clockwise from upper left)

其機運之術, 中楹之間置樓, 上列播水壺, 下置受水壺。
壺上植方木, 中空面虛, 長十一尺四寸, 廣六寸, 厚八分, 深四寸。空中有隔, 去面入一寸許。
그 기계의 운행하는 술법은, 가운데 간에 다락(樓)을 설치하여, 위에는 파수호를 벌여 놓고, 아래에는 수수호를 놓는다.
(수수)호(壺) 위에는 네모진 나무(方木)를 꽂되, 속이 비고, 면도 허(虛)하게 하여, 길이는 11척 4촌(寸)이고, 너비는 6촌, 두께는 8푼, 깊이는 4촌이다. 빈 속에는 간격이 있고, 겉에서 한 치 가량 들어가게 한다.

左設銅板, 長準箭, 廣二寸。 板面穿(十二竅, 以受銅小丸, 大如彈丸 九[丸]竅皆有機, 令可開閉, 主十二時。
왼쪽에 동판을 설치했는데, 길이는 살대[箭]에 준하고, 너비는 2촌, 판면(板面)에 구멍 12개를 뚫어서 구리로 만든 작은 구슬을 받도록 하되, 구슬은 탄알[彈丸] 크기이며, 12구멍에는 모두 기계가 있어서 여닫을 수 있도록 하여, 12시진을 알리게 한다.

右設銅板, 長準箭, 廣二寸五分。板面穿二十五竅, 亦受銅小丸如左。
板準十二箭, 凡十二板, 隨節氣遞用, 主更點。
受水壺浮箭, 箭首擎橫鐵如, 長四寸五分。
오른쪽에도 동판을 설치하되, 길이는 살대에 준하고, 너비는 2촌 5푼인데, 판면에 25개의 구멍을 뚫어, 왼쪽과 같이 작은 구리구슬을 받게 한다.
판(板)은 12살대에 맞추어 모두 12판인데, 절기에 따라 갈아 쓰며, 경과 점을 알린다.
수수호에 살대를 띄우고, 살대 머리에 받드는 가로쇠[橫鐵]가 젓가락과 같은 것이 있는데, 길이는 4촌 5푼이다.